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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 조기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여수 은현교회 김정명 목사. ⓒ뉴스앤조이 유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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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조기 은퇴를 선언했던 김정명 목사(여수 은현교회)가 약속대로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 원로목사가 됐다. 9월 27일 11시 30분 전남 여수 은현교회에서 원로목사 추대 예배가 열렸다. 교인들은 예배 시간 내내 훌쩍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전도사로 부임해 원로목사가 될 때까지 30여 년 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쌓인 정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김 목사는 '은혜 그리고 감사'라는 제목의 고별 설교에서 "내가 담임목사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목회를 시작할 때의 열정이 식었기 때문이다. 교인 숫자가 늘고, 목회 경력이 길어질수록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이 더 이상 내 아픔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처음 사랑, 처음 마음을 회복하려고 몸부림쳤다. 그러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인들을 속이고 나 자신을 속이면서 목회를 계속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또 "내 뜻을 마치 주의 뜻인 것처럼 일을 했고, 교인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돌이켜보니 내가 주의 종이 아니라 내 뜻의 종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이전보다 더욱 성경 묵상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참 뜻이 무엇인지 배워나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매춘업에 종사했다가 나온 여성들과 함께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무의탁 노인들 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사장으로 있는 하나누리를 통해 북한 돕기, 몽골 돕기 등 선교 사역도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다.
설교 후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총회장 조용목 목사) 교단 대표로 서기 윤기석 목사가 참석해 김 목사에게 원로목사 추대패를 전달하고 축사했다. 조용목 목사는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여수시민단체연합은 금배지를 선물했고, 은현교회를 다녔던 조호진 씨는 헌시를 낭독했다.
김정명 목사는 60세가 되면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2007년에 선언하고 후임 목사를 물색했다. 은현교회 공동의회는 2008년 12월에 최규식 목사를 후임 목사로 결정했다
<30년간 동고동락한 교인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글>
감사합니다.
제가 결혼하고 은현교회 부목사로 부임한 1977년 9월, 성도들께서 연탄도 갈아주시고, 딸 기쁨이가 울면 기저귀도 갈아주시는 등 저는 호강하며 목회를 했습니다. 그러다 1979년 10월 미국에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하나 사주지 못할 형편이었고, 생활고 때문에 어린 딸 고은이를 한국 외가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때 고생으로 철도 들어 가난한 자의 슬픔과 고통을 깨달았고, 나중에 넉넉한 형편이 되더라도 누리거나 즐기지 않고 검소하게 살면서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982년 은현교회로 다시 부임했고, 그 후 6월 항쟁이 시작됐습니다. 은현교회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으며, 함석헌·한완상 선생과 문익환·고영근 목사 등을 모시고 시국 강연회도 했습니다. 100일 특별 새벽 기도회·총동원 출석 주일·명사 초청 강연회 등으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회로 자리했습니다. 한편으로 교회가 부흥하여 지금 교회가 위치한 여서동으로 예배당을 이전했습니다.
그러나 땅이 경매로 넘어가 재판정에서 데모도 했고, 교통사고로 한 분은 천국에 가시고, 한 분은 평생 하반신 불구에 11명은 몇 달간 병원에 입원도 했었고, IMF 경제 위기에 교회 예배당 건축 부채가 24억까지 됐던 일 등 시련도 있었지만, 은현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했고, 이제는 하나의 추억이 됐습니다.
이제 저는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원로목사로 취임합니다. 앞으로 6개월간은 교회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북한, 몽골, 인도의 굶주리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섬기고, 노후 대책이 없는 은퇴 교역자들을 돌보는 등의 일을 할 예정입니다. 이후 원로목사로서 은현교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에 저의 몫을 감당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은현 가족 여러분, 지금까지 저를 사랑하셨던 마음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섬겨주십시오. 이를 위해 최규식 목사님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예수 닮는 일에 전념하여 주십시오. 어떤 경우에도 저와 최 목사님을 비교하지 마시고, 이제는 최 목사님께 맞추어 교회 부흥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은현 가족들에게 못할 일을 참 많이 했습니다. 무례함, 교만, 아집, 독선, 억지, 폭언, 면박 등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고 마음에 맺힌 것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도의 집에서 기도와 말씀 묵상으로, 나 자신의 종에서 주님의 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겸손하고 온유한 예수님 닮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은현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30여 년 동안 은현교회 안에서 여러분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해주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기들, 항상 행복하세요.
2009년 9월 27일 허물투성이 김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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