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주일 아침,
교회를 가다 갑자기 아내가 빠트린 것이 있다며
앞산순환도로 끝자락서 집으로 U-턴했다.
11시 예배시간은 자꾸만 다가오고,
오늘따라 앞산 길은 지독히 막히고,
아침예배를 마친 후 점심 때 가겠다고 약속했었던
성지교회 쪽으로 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오전 11시 10분 전...
담주 성지교회 희년기념 평화의 음악회 개최에 앞서
연주장소를 준비하기 위해 교회를 찾으려던 스케줄이
급작히 바껴진 것이다.
박승국 장로님께 휴대폰을 때리고 교회 주차장에 들어서니
박장로님의 오더(?)를 받은 강도사님이 반갑게 맞는다.
방금 예배를 시작한 중간자리, 박승국 장로님이
활짝 웃으시며 반긴다.
마침, 기도를 하시는 허장로님의 간절한 외침이 가슴을 때렸다.
"온갖 환란풍파를 이겨 낸 우리 성지교회 희년을 축하하며
대구장로합창단이 찬양하러 오게 됨을 주님께 감사드리며
하나님께는 영광돌리고 온 교인이 은혜받게 하소서!'라고...
찬양대의 톤과 가사 전달도 매우 안정되게 들렸고
박장로님이 빠진 저음 파트소리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도
소프라노 자리에 박권사님이 계셔 정감있게 들려졌다.
무엇보다도 젊디 젊은 백종용 담임목사의 설교는
메시지의 내용과 호소력이 이방인에게 흡족하기만 했다.
상한 갈대도 꺽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뜻을 의지하는 믿음의 삶이 되자고 외칠 때
성지교회 뭇 성도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로 가득 채웠다.
마치, 극심했던 산불로 인해 폐허가 된 성지의 산등성이에
파릇 파릇 희망의 새싹이 돋아 남같이,
심한 몸살로 심신이 지친 나에게도 큰 은혜가 되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많은 교인들의 수,
모두가 환하게 밝은 표정들,
예배를 마치고 찬양대 앞으로 갔을 때,
"박장로님 충성!'하며 큰 소리로 외치는
젊은 남자 집사님들의 모습에서,
아! 성지교회에 파릇 파릇 새싹이 돋아 남을
보고, 듣고, 느꼈다!
"이 세상 어느 곳에, 걱정 근심 없는 곳이 있나요?
이웃이나 형제들로부터 핍박 당해본 적 없는 사람 있나요?
시기와 질투, 멸시와 천대를 피 할 사람 몇이나 되나요?
서로를 해치려 창과 칼, 화살과 방패를 들지 않은 사람,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그러나.
"이젠 화살도 겁낼 것 없다~ 이젠 창과 칼을 꺽어버리자!
네가 날 겨누지 않고, 내가 널 해치지 않는 복내린 이땅!
사랑이 넘치는 방패없는 세상이어라!
이젠 원수도 두려울 것 없네~ 이젠 방패도 던져버리자!
네가 날 지켜주며, 내가 널 도와주려는 평화가 넘치는 이 땅!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방패 없는 세상에서
영원히 영원히 살려네~"
몇 해전부터 박승국 장로님이 그토록 부르고 싶어하던
'방패 없는 세상'을 담주 오후에 성지교회에서
희년축하-평화의 음악회 때 부르게 된다.
감성 풍부한 박승국 장로님 내외는 물론,
온 교인들이 뜨거운 눈물로 사랑과 평화을 만끽하리라.
물론 나도 울겠지만...
오순도순 가족들의 모임같은 성지교회!
나이 든 어른이나 철없는 꼬마들도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박승국 장로님의 전송을 받으며 우리 교회로 오면서
나는 아내와 둘이서 '방패 없는 세상'을 부르며 달렸다.
상한 갈대도 꺽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성지교회에서 확연히 체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히 보았고,
느꼈고,
그리고 만져봤다!
아! 성지교회에 파릇 파릇 새싹이~
힘차게 돋아나고 있음을...
-저무는 5월의 첫 주일 저녁에,
파릇 파릇 새싹이 돋는 성지교회를 그리는
더 못 말려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