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늙으막에 더욱 시를 좋아하게되었는데 좋은 시는 거의가 순수하고 겸손하고 소위 근근질한 자기 자랑이 전혀 숨어있지도 않고 없다는 것입니다.
시인 구상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만 그도 여느 시인처럼, 아니 시인의 보편적 특성인 겸손, 순수, 고뇌와 강한 자기반성을 가진 시인입니다. 많은 신앙의 고뇌와 참회의 시를 발표했으며, 죽엄을 앞둔 그는 불행한 현실앞에 큰 고뇌를 보입니다.
오늘은 두 편만 소개합니다.
<기도>
저들은 저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 눈먼 싸움에서
우리를 건져 주소서
두 이레 강아지 눈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老夫婦>
아름다운 오해로 출발하여
慘憺한 이해에
도달했달까!
우리는 이제
자신보다도 상대방을
더 잘 안다.
..........
무언으로 말하고
말로써 침묵한다.
.........
야금야금 시시해 지고
데데해져서
초라해진 지금
둘은 안팎이
몹시 닮았다
오가는 정이야 그저
해묵은 된장 맛...........
하지만 이제사
우리의 만남은
영원에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