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사실은 우리 모두 시인이다. 아름다운 말, 아름다운 말로 노래부르는 우리 모두 시인이며 시 속에 산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 시인명단에 들지 못하지만.
늙어가며 시가 더욱 그리워지고 그래서 매일 시와 가까이 하면서 느낀 시들, 아니 <시와 노래와 찬양을 진짜로 즐기는 우리 모두>의 공통 특징은 순수, 바보스러움, 소박, 겸손 자체들이었다.
여기 <지리산 가서> (정진규, 현대시학 6월호/05)의 일부를 소개 한다
오늘 지리산 가서 초록으로 말끔하게 지워졌다 날로 그렇다 사물들의 이름이 절반이나 생각나지 않았다 네 이름도 반나절이나 생각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산고양이마져 고양이라 부를 수 없었다 시와 꽤 오래 살다보니 무식해 지는 기술하나는 터득하게 되었다........이별의 비법이 사랑이라는 걸 안지는 꽤 오래 되었다. 날로 그렇다...
왕창 잊어버리는 건 어디 시인뿐이겠는가 구상시인은 매일 매 순간 찾는게 일이다 그의 시 <만화>에서
당신 몰루/ 내가 찾는 것 몰루/ 내 속은 눈감고도/ 환하다는 당신이/ 그것만은 몰루/ ...이제는 찾는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된 그것 말이오
내 아내는 "당신 물건 찾아주다가 반평생을 보냈다"고 한다 잊고 모르고 찾고
어떤 이는 나를 건망증 환자라고. 그러나 사랑을 갖고 보면 모두가 잊고 바보가 되고 찾고 있다. 적어도 진지한 사랑의 사람이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