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자만(순천만)에서 만난 참꼬막 뻘배잡이
** 아름다운 여자만(순천만)에서 만난 참꼬막 뻘배잡이 **
여자만 장암리에서 만난 생계의 텃밭. 이제 막 뻘배를 밀고 참꼬막밭인 갯벌로
나서고 있다.
비릿한 바람을 따라 여자만(순천만)으로 간다. 순천에서는 순천만이라 부르지만,
벌교와 여수에서는 옛날부터 여자만으로 불러온 곳이다. 차창을 열고 숨을 들이
쉴 때마다 갯것들의 질척한 사는 냄새가 난다.
참꼬막을 캐러 갯벌에 나갔던 대포리 사람들이 뻘배를 타고 일제히 뭍으로 돌아
오고 있다.
여자만에서는 뻘배가 여자들의 자가용이고 트럭이다. 이 곳에서는 무턱대고 갯벌에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뻘이 깊은 곳은 사람이 잠길 정도이고 모래가
섞이지 않은 찰진 개흙이어서 발을 빼기조차 쉽지가 않다.
망사리 가득 채취한 참꼬막을 찰방찰방 갯물에 헹구어 내놓고 있다.
조금 전까지 뻘밭을 헤집고 다니던 뻘배가 뻘흙칠을 한 채로 뭍으로 올라와 있다.
물때에 따라 다르긴 해도 꼬막잡이는 보통 너댓 시간 이상이 걸리는 중노동이다.
그래도 참꼬막이 없으면 밥도 못먹는다는 벌교 사람들이기에 일단 여자만에서 나
온 참꼬막은 순식간에 동이 난다. 흔히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으로 나눈다
참꼬막은 뻘밭에 잠겨 있어 일일이 손으로 캐내지 않으면 안된다. 새꼬막보다 참꼬막
값을 훨씬 더 쳐주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세로줄이 듬성듬성하고 깊이 패여 있으면서
두께가 두툼하면 참꼬막이고, 두께나 세로줄이 밍숭맹숭하면 새꼬막이다.
갯벌에서 참꼬막 뻘배잡이를 끝낸 대포리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자만 갯벌에서 채취한 참꼬막. 그 맛이 갯벌노동의 노곤함만큼이나 찰지고
씹히는 맛이 난다.
해질 무렵 뻘밭에 나간 아낙들이 뻘배를 타고 일제히 돌아오는 모습은 실로 아름다움을
넘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갯가에 도착한 아낙들은 시멘트 시설을 한 간이 세척장에서
꼬막자루를 통째로 헹구어 내놓고, 옷과 얼굴에 묻은 뻘흙을 씻어낸다. 기다리고 있던
경운기가 꼬막자루를 실어나가면 그제서야 아낙들은 뻘배를 갯바위 근처에 매어놓고 집
으로 총총 돌아간다.
벌교 쪽 여자만 갯벌에 저녁 노을과 함께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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