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1.6.20>
[CBS노컷] 입력 2011.06.20 06:06
"ATM 이용하라" 고리타분한 수법은 `옛말`…진화된 수법 `주의`
[대전CBS 김정남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알고도 당하는 범죄`라는 수식어답게 피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알려진 수법을 피해 피해자의 눈을 속이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연변 사투리 안 쓴다…"기자도 속을 뻔 했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 ○○○ 형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지난 15일.
기자 명의로 된 신용카드가 발급됐는데, 개인정보 유출에 의한 명의도용이 의심된다며 수사에 협조해달라는 것.
`뻔한` 수법에 전화를 끊으려하자, `형사`는 예상했다는 듯 "최근 이런 사건이 많이 들어온다"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는 기자를 안심하려 애썼다.
알려진 대로 어눌한 연변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를 구사하는 말투였다.
이어서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나 대포통장 때문에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물 수 있다"며 "명의도용으로 의심되는 카드와 계좌에 대해 금융거래확인서를 발급해 드릴 거고, 추후 발생하는 피해 내역에 대해서는 확인서에 명시된 한도 내에서 보상을 해주겠다"는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현금인출기로 이동하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떠올렸던 기자에게 이 남성은 오히려 "은행 직원들이 고객 정보를 거래하는 경우가 있으니 은행으로는 가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10여 분간 설명하던 `형사`는 금융거래확인서 발급에 필요하다며 주 거래통장과 잔고,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꼼꼼하게 챙겼다.
남성의 연락처를 묻자 이 남성은 `02-×××-0112`번을 알려주었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안내실로 연결되는 번호다.
남성은 "비상처리과 과장에게 전화가 오면 협조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 "공공기관은 전화상으로 개인정보를 묻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통적인` 수법에 경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오히려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범죄들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대신 전문 용어를 사용한 능수능란한 설명으로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2~3명 이상이 역할을 분담하는 등 갈수록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는 것.
과거의 보이스피싱이 `즉각적인 현금 인출과 잠적`의 형태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유도해 또 다른 범죄에 이용하는 등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보이스피싱에 넘어가는 피해자가 줄어들면서 수단과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전화상으로 개인정보를 묻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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