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약, 냉장고 보관 안돼요"
세균 번식 위험...
조제약, 방습제 넣어 지퍼백 보관
해열제 등 물약도 상온보관 원칙
인슐린·류마티스주사는 냉장고에

약 보관법과 관련된 퀴즈 하나.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먹는 약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서늘한 냉장고'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는 틀린 대답이다.
우리가 먹는 약의 대부분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된다.
냉장고 안의 습기로 인해 약이 녹거나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탄성심병원 약제팀 황보영 팀장은 "알약에는 약의 형태를 유지해주는
전분이 들어 있는데, 약을 냉장고에 넣었다 빼면 습도와 온도가 바뀌기
때문에 균이 번식할 위험이 커진다"며 "약의 사용 용도나 성분에 따라
보관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여름철 약 보관, 방습제 활용하면 효과
처방전 없이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대부분
습도 60% 이하의 상온에서 보관하면 된다. 조제약도 의사·약사가 냉장
보관을 권장한 약이 아니라면 상온 보관한다. 물약이 상할까봐 냉장고에
넣는 경우가 있는데, 물약을 냉장 보관하면 약 성분이 결정 형태로
뭉쳐져 아래로 가라앉고, 맛이 쓰게 변할 수 있다. 약사의 별도 지시가
없다면 물약도 상온에 보관하되, 유통기한을 지켜 복용하면 된다.

처방약의 비닐 포장은 습기에 약하므로 방습제를 넣어
지퍼백에 보관하는것이 좋다.
다만 여름철에는 실내 습도가 80% 이상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탁, 화장실 세면대 위, 주방은 습기가
많고 온도 변화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약 보관 장소로는 좋지 않다.
부산시약사회 약바로알기본부 황은경 이사(부산 오거리약국 약사)는
"뜨거운 음식이나 국물이 많은 음식이 놓이는 식탁은 습도와 온도가
변해 약의 변형이나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햇빛이 드는 곳도 피해야 한다.

알약을 편리하게 복용하기 위해 한 알씩 개별 포장된 것을 뜯어 약만 별도의
통에 담아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개별 포장된 알약은
인습성(습기를 빨아들이는 특성)이 강해 햇빛과 습기를 막아주는 형태로
포장해놓은 것이다. 포장지를 뜯어 약만 따로 보관하면 습기에 노출돼
상하거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약은 포장지 채로 하나씩 분리해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알약이나 가루약은 비닐 포장이 돼 있다.
이 포장지는 특히 습도에 약하기 때문에 방습제와 함께 지퍼백에 넣어
보관하면 좋다. 또한, 협심증 약인 니트로글리세린의 경우 햇빛에 약해
갈색병에 담아 놓는데, 약 보관함을 다른 것으로 바꾸면 빛의 영향으로
약효가 사라지므로 삼간다. 황은경 약사는 "약을 보관할 때는 반드시
복약 설명서를 함께 보관해야 오·남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2개월마다
약의 모양이 변하지 않았는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알약은 외부포장에 표시된 사용기한 내에,
물약은 개봉 후 2개월 이내, 처방약은 처방 기한 동안만 복용해야 한다.

◇염증용 시럽 항생제는 냉장 보관해야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약도 있다. 시럽형 항생제 중에서 중이염·인후염·
기관지염 등 염증에 사용하는 약이나 인슐린 주사, 류마티스 주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약에는 단백질 성분이 들어 있어 적정온도(2~8도)를 벗어나면 단백질이
파괴돼 약효가 사라지거나, 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다. 다만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약이 얼지 않도록 냉동실에서 가급적 먼 곳에 비치해야 한다.
음식물에 의해 오염될 수도 있으니, 음식물과 다른 칸에 약을 두는 게 좋다.
인슐린 주사는 원칙적으로 냉장 보관해야 하며 사용 가능한 기간은
2~3년 정도다. 상온에 보관할 경우 유효 기간이 1개월밖에 안 되므로
반드시 냉장 보관 원칙을 지키는 게 좋다.

길병원 약제팀 김승태 팀장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약 중 냉동실에 보관하는
약은 거의 없지만, 좌약의 경우 높은 온도 탓에 녹으면 항문을 통해 약을
넣기 어려워지므로 냉동실에 넣어둔 뒤 사용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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