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추운 날 아침에... ♧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온 천지가 꽁꽁 얼어붙는 한파로 늘 다니던 골목 안길마저도 미끄러워 조심조심 오느라 조금 늦었는데...
몇 번의 기침과 함께 할아버지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둑한 방안에는 TV소리만 들립니다. 할아버지는 아마 제가 찾아뵙지 않으면 누구와도 말하지 못한 채 가장 추운 이 하루를 보낼 것입니다.
몇 달 만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할아버지에게는 사실 자녀들이 넷이나 있었습니다. 자녀분들이 왜 찾아오지 않느냐는 말에 할아버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십니다.
"난 괜찮아, 다 지들 사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난 다 이해해..."
전 어르신들을 매일 아침 찾아뵙는 요구르트 아줌마입니다. 배달함에 요구르트만 넣고 끝내는 게 아니라, 손잡고 얘기도 나누고, 어르신들이 옮기기 힘든 짐도 들어드리곤 합니다. 제가 그런다고 회사에서 무슨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안 하면 그분들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가족이 멀쩡히 있는데도 이 추운 겨울에 혼자 세상을 뜨신 후 뒤늦게 이웃에 발견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런 일만은 막고 싶습니다.
오늘아침 50여 년 만에 찾아온 혹독한 한파 속에 배달해드린 한 모금의 요구르트 보다,
따뜻하고 포근한 모습으로 반기시던 할아버지의 굵게 주름진 입가에 환하게 퍼지는 웃음을 보면서 힘차게 일하렵니다.
- 어느 요구르트 아줌마의 글에서... -

"난 괜찮아..."고들 하시지만,
남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원치 않은 질병(疾病)으로 곤고(困苦)하고 힘든 상태로 혼자 외로운 시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주위에 엄청 많습니다.
오늘처럼 가장 추운 날 기록적인 한파 속에 칼바람 부는 날이면...
같은 나이또래지만 입에 발린 백 마디의 전화 목소리보단 직접 찾아뵙고 얼굴 마주보며 얘기하는 것이 훨씬 따뜻할 것 같아서...
찬바람 몰아치는 영하의 날씨 속에 어둡고 미끄러운 신천 동로를 조심스레 달려 교회에서 모인 특별새벽기도회에 참석해,
최근에 겪는 나의 고통들이 하나님이 내리신 채찍으로 스스로 여기며 뜨거운 눈물로 참회(懺悔)하고 돌아온 하늘 우러러 노래하는 큰 머슴은...
잠깐 눈을 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고물차를 몰고 심방 길에 나서렵니다.
-DEC160/늘 노래하는 큰 머슴-

☞ 지금, 만토바니 악단의 연주곡 '할아버지 시계'와 함께 실 시간의 초침이 숨가쁜 호흡처럼 달려가고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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