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뭔데' 작성자 청지기 2006-06-08 조회 578
'니가 뭔데'


    지금은 우리교회에서 찬양지휘를 하고 있는 이 집사님. 그가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일 오전예배 전에 준비찬송을 인도하는데 1절을 부르는 도중 11시가 됐다. 당장 그치고 목사님에게 마이크를 넘겨드려야 하는데 우직하게 2,3, 4절을 다 부르곤 이제 곧 예배를 시작하겠다고 멘트를 했다. 예배가 마치고 나자 모 장로님이 손짓을 하며 부르셨다. '니 나중에 약국에 좀 온나' 장로님의 약국에 가자 그 장로님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눈을 부라리며 야단하셨다. "니가 뭔데 시간 팍팍 잡아묵노. 11시 부터는 목사님 시간인거 모르나, 그라고 건방지게 예배시작한다는 말은 와하노. 그 말은 목사님이 해야하는 말아이가.." 엊저녁 식사를 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맘고생 많았을까이.. 재주 많은 이 집사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겠다.. 학교나 수도원, 병원, 감옥, 군대...이같은 곳들을 절대기관이라 한다. 절대기관이란 고도로 통제된 하나같이 <비(非)은혜>의 기관들을 말한다. 어느 신학생의 말을 한번 인용해본다. 주일날 신문읽는 것도 음악듣는 것도 금지시킨다. 매일 만나면 교수들의 인사가, 오늘은 성경 몇 장 읽었느냐이다. 학교 내의 모든 교칙을 성경 말씀과 결부시키려 한다. 장발을 적발하며 성경적 원리를 이끌어 댔으며, 록 음악, 여자들의 치마 길이, 흡연 등에 대해 비성경적이니 덕이 안되니 하며 절절이 성경구절을 들이댄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만 가면 숨이 막힌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신학교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남부 어느 근본주의 신학교에서 실제 행하고 있는 일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신학교라 해도 그런 간섭받고 학교다닐 사람 아무도 없다. 필립 얀시의 책 '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에 나오는 얘기이다. 예수님 시대 제자들은 장발아니었을까. 예수님이 제자들의 머리길이나 여자들의 치마길이에 대해 뭐라 하셨더라? 어쩌면 예수님 자신도 장발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 제자들의 옷도 걸레처럼 냄새가 나서 도무지 덕(?)이 안될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절대기관을 생각할 때 ' 바리새인'이 생각난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참 재미있다. 그야말로 절대 규율에 의해 사는 절대인간이다. 그들은 모세 선배가 명한 것보다 한술 더 뜬다. 여자를 보고 음란한 마음을 품으면 간음의 죄인 걸 알곤, 아예 여자를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다니다가 벽에 부딪혀 피가 나거나 목디스크에 걸린다. 그러면 그런 자들을 거룩한 자라고 부르며 그들은 거룩함의 표시로 이마나 목에 붕대를 감고 다닌다. 양을 그 어미의 젖과 함께 삶지 말라는 구약의 말씀을 지키려고, 시장에서 파는 우유가 어느 소나 양에서 나온 건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육류용 부엌과 유제품용 부엌을 따로 만들어 쓰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그런 작업들이 매우 열심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 실시간의 이야기이다. 이방인과 멍에를 함께 하지 말라는 규율을 지키려고 빌딩의 엘리베이터도 이방인용과 유대인용으로 따로 구분해 놓고 있단다. 그들은 이렇게 산다. 율법에 절대 얽매인 절대인간들이다. 어빙 고프만의 책 "정신병원"은 소위 절대기관만 모아 연구한 책이다. 그 책에 보면 각 기관들은 자의적이고 비인격적인 규율들을 줄줄이 만들어 개성을 말살하고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한결같은 특징이란다. 그래서 그 안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는다. 자율성이라곤 전혀 없는, 전적으로 불건강한 그런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되게 몰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절대기관의 영역이 점점 넓어져간다. 교회, 학교, 병원 그리고 각종 시설들.. 이 땅에 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들이 하나, 둘씩 절대기관으로 자꾸 변모해간다. 안타까운 마음,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서, 내 자신마저 절대인간으로 변모해가지 않는지 살펴볼 뿐이다. 안타깝게도 가정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주위엔 절대인간으로 변모해버린 열심있는 부모들 때문에 절대적으로 고통받는 믿음잃은 절대 불쌍한 양들이 너무 많다. 절대기관을 볼 때마다 '니가 뭔데'를 생각한다. 절대인간을 볼 때도 또 '니가 뭔데'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또 피식 웃는다. 예수 잘못 믿으면 지나친 열심이 사람잡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는 포근한 오후다. - 김양규 / 김양규 한의원원장 - http://www.kykha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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