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칠 겨를도 없었다. 재빠른 동작으로 그는 깊은 밤에 우리 집에 침입을 했고 나를 두꺼운 끈으로 묶어 놓았다.
내 집에 도둑이 들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전날 밤 딸네 집에 간 아내에게 자고 오라 말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가진 돈...돈 있는 대로 다 내놔! 안 그러면... 죽~죽여 버리겠어.” 20대 젊은이로 보이는 사내는 내게 칼을 들이댔다.
소름이 돋았다. 환갑이 넘었으니 죽음을 한 번쯤 생각해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론 아니었다.
“내가 돈을 주면 날 죽이지 않을 거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순간 도둑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푸른색 마스크 위로 보이는 그의 눈빛이 왜 그리 선량해 보였는지... 어디가서 이렇게 말하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도둑질 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니...
“젊은이, 언제부터 이랬나?” “늙은이가 말이 많아. 이상한 소리 말고 돈이나 꺼내!” 그는 칼을 내 얼굴에 거의 닿을 정도로 들이댔다. 눈앞에 보이는 칼 뒤쪽으로 그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나는 죽음이 안 무서워. 자식들도 다 키워놨고 내 손주도 자네 나이쯤 됐을걸.”
“이 영감탱이... 빨리 돈 내놔!” 그의 목소리는 더 격양돼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돈 줄게~ 자네가 원하는 것을 다 줄 테니 우리 타협 하세.” “......” “도둑질이 아니라 내가 빌려주는 것이면 어떻겠나?”
그의 동공이 커지는 것으로 보아 내 말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내가 잔머리 굴리는 것으로 보이나? 환갑이 넘은 내가 젊은 자네만큼 똑똑하겠나.“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을 다시 이었다. “만약 이번이 처음이라면 자네 인생에 오점을 남기면 안 되잖아~ 잡혀가지 않아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 지금 죽어도 별 후회가 없지만 자네는 너무 아까워. 내가 양보할 테니 빌려주는 것으로 하세.“
순간 내가 잘못 본 것 인줄 알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마스크가 움씰움씰 움직이는 것이 그는 분명히 울먹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간땡이가 부었지... 칼을 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순전히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내 생각처럼 그는 선량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에이 씨~ 못해먹겠네” 그는 마스크를 벗더니 내 앞에 털썩 주저앉아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나도 목이 메여 그의 등을 다독거렸다. “도둑 체면이 말이 아니구먼~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도둑질을 하려고... 다~ 폼이었나? 허허허..." 그는 제 손으로 묶었던 끈을 다시 풀어주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거야. 그렇지?” “... 제 어머니가 혈액투석 중이신데 병원비가 너무 밀려 있어서요. 한 달 후에는 저도 결혼을 해야 하는데 돈이 너무 쪼들려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장롱 깊은 곳에서 금반지와 목걸이를 꺼냈다. 그리고 손주 등록금에 보태주려던 돈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할아버지! 이러시면...” “내가 약속하지 않았나~ 빌려주겠다고...” “됐습니다. 그냥 나가겠습니다.”
나는 그의 손을 붙들었다. “그냥 나가면 도둑이 되는 거야~ 나는 도둑에게 이 돈을 빼앗긴 게 아니라 앞길 창창한 청년에게 빌려주는 것이라네. 나중에 갚으면 되고...”
그 시간... 청년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는 돈과 패물을 받아들고 내 집을 얌전히 걸어 나갔다. 가는 그를 문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는“성실하게 벌어 반드시 빚을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로등 불빛 사이로 사라져 갔다.
싸늘한 초가을 깊어가는 밤에 가슴은 두근~ 거렸어도 어느 새 따뜻해져옴을 느끼면서 포근히 잠을 청했다.
박단장님!
눈 시울이 뜨거워는 글이었습니다.
당사자인 할아버지는 아마 예수님을
잘 믿는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혹여 은퇴하신 장로님이 아니었을 까요!
왜냐하면 죽음을 담보로하는 이 극한 상황에서
나이가 아무리 들었어도 필부라고하면
정신을 잃고 까무라쳐도 10번은 더 했을 것입이다.
그런데 평상심을 잃지않고 평온한 상태로
칼을 들이댄 강도의 눈물을 뺏다는 사실은
예삿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평생 믿고 사모한 미쁘신
주님에 대한 신뢰감이 아름답고
눈물겨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아멘!!
등록일 : 2011-09-22
ㆍ작성자 :
soree
안녕하세요? 감동의 글, 잘 읽고 갑니다.
등록일 : 2011-09-22
ㆍ작성자 :
윤천수/천안
할렐루야!
박정도 장로님!
감사감사합니다.
등록일 : 2011-09-22
ㆍ작성자 :
이수부
어찌 내 이웃(친구, 동료, 등)의 어려움을 알 수 있으리오?
내 이웃에 대한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기를 ~~~
등록일 : 2011-09-21
ㆍ작성자 :
새희망
가슴이 뭉클하군요...
부디 그 청년의 앞날에 환한 빛이 비춰지길...
등록일 : 2011-09-21
ㆍ작성자 :
임성영/익산
7시에 출근을 하여 긴급업무를 처리하고
7시 30분에 습관적으로 메일을 열었습니다.
"싸늘한 날에 가슴이 따뜻한 이야기"를
세 번 반복하여 읽었습니다.
한편 박 단장님은
어디서 그렇게도 많은 소재를 입수하여
언어의 달인처럼 감명깊게 다듬어서
메일을 보내는지 부럽기만 합니다.
몇 차례 익산장로합창단의 까페에 대하여
불편함을 지적해 주셨는데
금년 말까지 홈페이지로 개선을 하겠습니다.
대장합 홈페이지를 모방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잘 준비하여 2012년부터는
새로운 모습으로 익장합의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언제나 도전의식을 갖게 해주시고,
이 아침에도 "싸늘한 날에 가슴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신
단장님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졌습니다.
그렇지만 박 단장님이 전해주신
따듯한 이야기처럼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익산의 작은 머슴은
이 하루를 기분좋게 출발합니다.
이 땅에 더 많은 머슴들이 출현하기를 소망하면서,
큰 머슴 단장님! 건강하시고 힘내세요.